새로운 CTO 님이 오셨다
June 12, 2026
지난 글 말미에 Anthropic 의 Mythos 얘기를 하면서
공포 마케팅을 너무 많이 봐서 아직은 믿음이 안 간다 고 적었었다.
그런데 6월 9일, 진짜로 나왔다.
Claude Fable 5.
일반 공개를 안 한다던 Mythos 급 모델을
안전장치를 둘러서 일반용으로 다듬은 버전이라고 한다.
AI 가 너무 위험해지고 있다고 경고한 지 며칠 만에, 역대 가장 강력한 모델을 공개.
라고 당당히 얘기하는데 위험하다며… 팔긴 파는구나.
하긴 IPO 가 코앞이니 돈벌어야지 😔.
CTO 님 이력서
공개된 스펙 몇 개만 추려보면 이렇다.
- 거의 모든 벤치마크에서 SOTA. 작업이 길고 복잡할수록 다른 모델과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고 한다
- Stripe 가 5천만 라인 Ruby 코드베이스 마이그레이션을 맡겼더니, 수작업 두 달짜리를 하루에 끝냈다고
- 스크린샷만 보고(vision-only) 포켓몬 파이어레드를 클리어. 🙃 이건좀..게임도 딸깍으로 하면 게임을 왜하나…
- 몸값은 입력 $10 / 출력 $50 (1M tokens) — Opus 4.8 의 딱 두 배
연봉이 시니어의 두 배라니, 업계 표준에 충실한 CTO 다. 🤔
이제 진짜 회사를 차릴 수 있다
이게 이번 글의 본론인데,
모델 티어가 이렇게 깔끔하게 줄을 서니 조직도가 그려진다.
| 직급 | 모델 | 담당 | 몸값 (입력/출력, 1M tokens) |
|---|---|---|---|
| CTO | Fable 5 | 계획 수립, 작업 분해, 배분, 종합 | $10 / $50 |
| 시니어 | Opus 4.8 | 까다로운 구현, 설계 리뷰 | $5 / $25 |
| 주니어 | Sonnet 4.6 | 기능 구현, 테스트 | $3 / $15 |
| 인턴 | Haiku 4.5 | 검색, 분류, 잡일 | $1 / $5 |
나는? CEO 다.
라고 쓰고 결재 담당 겸 경비 처리 담당이라고 읽는다. 🙃
실제로 이렇게 굴리고 있다
농담처럼 썼지만 위 조직도는 실제로 돌아가는 구성이다.
메인 세션에 Fable 5 를 앉혀두고, 일을 쪼개서 아랫급 모델들한테 나눠주게 하면 끝.
원칙은 하나다.
비싼 모델은 결정이 복리로 쌓이는 곳에만 쓴다.
계획이 틀어지면 그 아래 모든 작업이 같이 틀어지니까 계획·분해·종합은 CTO 에게,
계획만 정확하면 실행은 거기 적힌 대로 하면 되니까 구현은 주니어에게.
(인턴 Haiku 는 사실 요즘 안 쓰고 있다…지금의 취업시장과 비슷해지고 있다.)
사람 조직이 시니어/주니어를 나누는 이유랑 정확히 같다.
비용도 체감이 된다.
CloudZero 의 분석에 따르면
Opus 오케스트레이터 1 + Sonnet 워커 4 구성이
Opus 5대 풀구성 대비 대략 40% 저렴하다고 한다.
여기서 오케스트레이터만 Fable 5 로 올리는 게 요즘 얘기되는
스마트한 한 명 + 저렴한 일꾼들 패턴이다.
Fable 5 가 CTO 자리에 특히 어울리는 이유도 있는데,
병렬 subagent 를 디스패치하고 오래 도는 에이전트들과의 통신을 유지하는 능력이
이전 모델 대비 눈에 띄게 안정적이라고 한다.
이전 글에서 쓴 Plan / Execute / Verify 핸드오프도 결국 역할 분리였는데,
그 분리를 이제 세션 단위가 아니라 모델 티어 단위로 내릴 수 있게 된 셈이다.
어 점점 인간을 닮아간다
쓰다 보니 발견한 디테일들이 웃기다.
- 위험한 주제(사이버보안, 바이오 등) 질문이 들어오면
본인이 답하지 않고 Opus 4.8 이 대신 답한다 (전체 세션의 5% 미만이라고 한다).
곤란한 미팅에 시니어를 대신 내보내는… 어디서 많이 본 임원이다. 🤡 - 생각(raw chain of thought)을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. 달라고 해도 요약본만 준다.
결론만 말씀드릴게요스타일. - 어려운 작업은 요청 하나에 십몇 분씩 고민한다.
회의실 들어가면 안 나오는 것까지 똑같네.
그럼 사람은 뭘 하나
이제 팝콘 먹으면서 딸깍 하면 되는걸까?
CTO 가 계획하고, 시니어가 풀고, 주니어가 짜고, 인턴이 찾아오는 회사에서
CEO 의 일은 결국 이거다.
- 방향 정해주기 (뭘 만들지는 아직 사람 몫이다)
- plan 결재
- verify 결과 보고 최종 승인
- 법인카드(API 키) 한도 걱정
지난 글에서 AI 를 잘 쓰는 일은 결국 AI 를 어떻게 가둬둘 것인가의 문제 라고 썼는데,
몇 달 만에 한 단계 더 가서
이제는 조직도를 어떻게 그려줄 것인가의 문제가 되어가는 것 같다.
그리고 여전히 이들을 100%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만들어서 진행해도 결국 검토를 어느정도 해야 한다.
디테일한 코드 한줄 한줄 리뷰보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보는 게 중요해졌다.
내가 아는게 많을 수록 더 정확한 방향으로 이들을 이끌 수 있다.
그게 코딩을 위한 지식이든 사업을 위한 지식이든.
점점 뛰어난 친구들이 계속 생겨서 다행이지만 인간적인 매력은 없는 친구들인지라,
돈(=토큰)을 안주면 아묻따 파업하는게..😔
어찌보면 합리적이지만 그래도 뭔가 씁쓸한건 어쩔 수 없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