모든 걸 AFK 하면 안 된다

June 22, 2026

게임에서 AFK(Away From Keyboard)는 키보드 앞을 떠나 캐릭터를 오토에 맡겨두는 걸 말한다.
던전 입구에 세워두고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오면, 가방에 골드가 그득하다.

에이전트한테 큰 방향만 툭 던져놓고 이런 기능 만들어줘 하고 자리를 비웠다가
돌아오면 뭔가가 만들어져있다.

물론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하면서 컨텍스트 스위칭을 하다보면
어쩔 수 없이 AFK 를 할 때도 많다.

하지만 한번씩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.
기능은 계속 나가는데, 내 성장속도가 느려진 느낌?

코드베이스는 매일 커지는데 그 코드에 대한 내 이해가 예전보다 덜한 것 같다.
손으로 코드를 만지는게 예전에 비해 너무 줄어서 그런가?

에이전트 역시 잘 하려면 경계와 제약사항을 정확하게 알려줘야 하고,
디버깅을 한다고 해도 일단 뭘 알아야 할 것 아닌가.

요즘 점점 방향만 지시하고 오 잘 나온 것 같다? 하면 그대로 넘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느낀다.
AI 가 당연히 잘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100% 믿을 수 없다.

직군마다 AI 를 활용하는 법이 다 다르고, 누군가에겐 방향 설계가 일의 전부일 수도 있다.
근데 적어도 내 직업의 지식은 계속 쌓여야 한다.
생각을 통째로 외주 주면, 결국 닳는 건 외주 준 쪽이 아니라 나다.

이게 그냥 기분 탓이 아니라 예전부터 많은 얘기가 있었다.
최근에도 그렇고.
몇 개 찾아봤다. (= 당연히 AI 가)

  • 아이러니하게도 Anthropic 이 직접 한 실험이다(2026.02). 주니어 개발자 52명을 둘로 갈라 같은 라이브러리(파이썬 Trio)를 배우게 했더니, AI 를 쓴 쪽이 이해도 퀴즈에서 17%p 낮았다(50점 vs 67점). 특히 디버깅 문제에서 격차가 제일 컸다. 더 무서운 건 — 코드 생성을 통째로 맡긴 사람은 40점 미만, AI 한테 개념을 물어보며 직접 짠 사람은 65점 이상이었다. 결국 어떻게 쓰느냐가 갈랐다. — InfoQ
  • 스택오버플로 2025 개발자 설문(2025.12)에선 개발자 80%가 AI 를 쓰지만, 정확도를 신뢰한다 는 비율은 40%→29%로 떨어졌다. 1위 불만은 거의 맞는데 살짝 틀린 답(45%)이고, 66%가 그 ‘거의 맞는’ 코드를 고치느라 시간을 더 쓴다고 했다. 빨라지려 쓰는데 정작 디버깅에 발목이 잡힌다. — Stack Overflow
  • 아예 회사에서 바이브 코딩을 강요당한 개발자들이 “실력이 퇴화하는 게 느껴진다”고 토로하기 시작했다(2026.05). 한 명은 “휴대폰 쓰고부터 전화번호를 안 외우게 된 것” 에 비유했다. 당장은 굴러가는데, 머릿속 근육이 빠진다는 거다. — TechSpot
  • 구글 DORA 2025 리포트(2026.03)는 AI 를 증폭기 라 부른다. 기반이 탄탄한 팀은 더 빨라지지만, 그렇지 않으면 처리량이 늘수록 불안정성·재작업·배포 실패도 같이 커진다. 빨리 나가는 것과 잘 나가는 건 다르다. — InfoQ

결론은 그거다. 모든 걸 AFK 하진 말자.

다 끄겠다는 게 아니다. 빠르게 쳐내도 되는 건 그대로 맡기고,
여러 잡다한 일이나 반복작업, 그리고 내가 잘 아는 분야에 대해서는 거의 AFK 같이
사용해도 큰 무리는 없다고 생각한다.

하지만 새로운 도메인이나 기술에 접근할 때는 그렇지 않다.
최소 해당 기술이나 지식의 30%는 알고 가야한다.

그래서 내가 배워야 하는 부분에선 AI 를 대리 기사가 아니라 과외 선생 으로 쓰기로 했다.
이전에도 그러고 있었지만 뭐 더 선생처럼 만들기 위해 스킬을 만들었다.

study-coding-mode 라는 스킬이다.

이 스킬을 켜면 클로드의 역할이 바뀐다. 정답 코드를 대신 써주는 대신 —

  • 왜 그렇게 하는지 먼저 설명하고
  • 한 번에 한 단계씩, 코드는 내가 직접 타이핑하게 넘겨주고
  • 내가 친 코드를 읽고 검증해주고
  • 중간중간 더 파볼 만한 주제(패턴·대안·용어)를 던져준다.

의미 있는 코드는 무조건 내 손으로 친다. AI 는 순수 보일러플레이트 정도만 채운다.
티칭 레벨도 junior / mid / senior 로 나눠서, 모르는 용어는 비유까지 풀어주거나(주니어) 트레이드오프만 짚거나(시니어) 고를 수 있게 했다.

이 모드는 마커 파일 하나와 UserPromptSubmit 훅으로 굴러가서, 대화가 길어져
컨텍스트가 요약(compaction)돼도 안 풀린다.
끄기 전까진 매 턴 “너 지금 과외 중이야” 를 다시 주입한다.

그리고 이걸 어디서든 깔 수 있게, 내 플러그인 마켓플레이스(WillowRyu/skills)에 올렸다.

예전에 만들어둔 3단계 핸드오프 워크플로 agent-handoff 도 거기 같이 산다.

/plugin marketplace add WillowRyu/skills /plugin install study-coding-mode@willow

게임에서야 AFK 로 골드를 벌어도 된다. 캐릭터가 대신 크면 그만이니까.
근데 내 실력은 오토로 안 큰다.

AI 랑 같이 만들되, 배워야 할 곳에선 옆에 과외 선생 끼고 직접 손으로 풀듯 가자.
예전 코드랩을 따라가며 배우던 그 재미가 있다. 🤡


w.r